한 음유시인의 이야기







1장: 손님



'똑똑똑'
오랜만에 손님이 온 것 같습니다. 창문 밖을 쳐다보니 구름 아래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손님이 찾아오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지 않을까요?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로 된 낡은 현관문에 다가갔습니다.
'끼이이익...'
경첩에 슨 녹을 제거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며 문을 열자, 한 무명의 음유시인이 한 손에 류트 가방을 들고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 들어가서 몸을 녹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의 얼굴과 자세는 고난과 역경을 헤쳐왔다는 듯이 강인하고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여유로운 촌구석에서는 남는 게 시간이지요. 들어오세요. 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감사합니다."
제가 차를 끓이는 동안 음유시인은 테이블 앞에 앉아 별 볼 일 없는 집안을 둘러보았습니다. 혼자 사는 집치고는 묘하게 많은 가구. 먼지 앉은 흔들목마 장난감. 테이블 위의 가족사진. 음유시인의 눈이 반짝였지만, 입 밖으로 별다른 말을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따뜻한 자스민 차 두 잔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는 한 잔을 그의 앞에 내려놓고는 자리에 앉아 물어보았습니다.
"날이 많이 춥죠. 이 외딴곳에 무슨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이 집이 눈에 띄어 찾아왔습니다."
"여행이라... 타지까지 돌아다녀 본 지 몇 년은 된 것 같네요. 부럽습니다."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겁니다. 모험은 신나는 일이지만, 반대쪽 면에는 고난과 슬픔이 가득한 법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긴 이야기가 될 겁니다."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무료하던 참이었거든요."
"그러면 저희 일행의 이야기를 해 드리죠. 이야기의 신이 이 자리에 함께하시기를."
무명의 음유시인은 차를 한 모금 홀짝이고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신나는 모험 이야기를 들을 기대에 조금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2장: 여정의 시작



"일행은 세 명이었습니다. 용사, 음유시인, 마법사. 마왕을 잡으러 갈 일행이었죠."
"마왕이요?! 아니..."
"몇 년 전 왕국 전역에 돌았던 마법 역병을 아실 겁니다."
"알다마다요! 제 아내와 아들도 그 역병으로 죽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농사나 지으면서 살고 있다구요."
불쑥 찾아온 음유시인에게서 이렇게 무례한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거실을 둘러봤다면 가족사진을 봤을 텐데요. 물론... 제 아내와 아들이 역병으로 죽었는지까지 알지는 못했을지도 모르지만요. 하지만 그 음유시인은 화를 낼 수 없도록 하는 기묘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화를 가라앉히고는 이야기를 계속 경청했습니다.
"그게 마왕이 일으킨 역병입니다. 무작위의 사람들에게서 발병하며 직접적으로 전염되지는 않았죠. 그 특성을 생각해 보면 마법적인 역병이 확실했고, 우리 국왕 폐하께서는 궁정 마법사에게 역병을 해결할 임무를 맡겼습니다. 그 마법 역병이 특정 단어나 손짓을 통해 발병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는 3주가 걸렸습니다. 역병을 디스펠할 수 있는 국토 범위의 광역 마법을 만드는 데에는 또다시 3주가 걸렸습니다. 궁정 마법사는 오랜 노력 끝에 역병을 퇴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역병에 이미 걸린 공주의 목숨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고 말았죠. 국왕 폐하께서는 마법사가 더 일찍 역병을 퇴치하지 못한 것을 책망하며 마법사를 궁정에서 내쫓고는 새로운 마법사를 고용했습니다."
"하지만, 공주를 구하지 못한 것이 그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텐데."
"분노에 눈이 먼 거죠. 마법사는 충분히 국왕 폐하께 항소할 수 있었으나 굳이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는 궁정 마법사의 자리에 미련을 갖기보다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왕을 없애는 것이 현명한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궁정에서 쫓겨난 마법사는 마왕을 잡을 일행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왕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음유시인은 차를 한 모금 더 홀짝이고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한편, 어떤 변두리 마을의 한 용사는 그 역병으로 아내와 하나뿐인 자식을 잃었습니다. 그의 분노 역시 왕과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더했을지도요. 왕은 최소한 아내를 잃지는 않았으니까요. 용사는 그 분노를 풀 곳이 필요했지만 자연재해로 죽은 것에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습니다. 용사는 더욱더 훈련에 매진했습니다. 그러다가 마법사의 모집을 들은 거죠. 그는 마법사를 찾아갔다가 마법사에게서 역병을 일으킨 것이 마왕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습니다. 곧 그의 분노는 복수심으로 바뀌었고, 그는 그 자리에서 검을 뽑아 들고 즉시 일행에 합류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법사가 마왕을 잡으러 갈 일행을 모집하고 있다는 걸 들었더라면 저도 용사처럼 뛰쳐나갔을까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저는 너무 약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목숨을 각오하고 뛰어들 수 있는 용기가 진정한 용사의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느 날 밤, 어떤 음유시인이 용사가 사는 마을에 들렸습니다. 그는 여느 때처럼 적당히 활기찬 술집을 찾아가 골드를 받고 류트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자리에는 좋은 음악이 함께해야죠. 마법과도 같은 음악이 한창 술집에 깔리고 있을 때 마법사와 용사가 들어왔고, 그들은 잠깐 맥주나 한 잔 걸치자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엿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쫓겨난 궁정 마법사라는 사실을 들은 음유시인은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는 마법사와 용사가 앞으로 써 내려갈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고 장대하리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그리고 음유시인으로서 그런 드문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죠. 그는 연주하고 있던 곡을 끝마치고는 내려와 마법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법사와 용사는 음유시인을 일행에 합류시키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네?"
"아까부터 자꾸 본인을 3인칭으로 지칭하시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요?"
"음유시인들의 규칙입니다. 본인이 이야기에 등장하더라도 그것을 본인이라고 서술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야기의 신의 취향이라고 해두죠."
"흠, 그렇군요. 차를 다 마신 것 같은데, 잠깐만요."
저는 쟁반에 빈 잔 두 개를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무명의 음유시인이 들려주는 것은 정말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저는 건포도가 든 빵을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이야기가 끊기는 걸 바라지는 않았으니까요.


3장: 모닥불



"음유시인은 용사나 마법사처럼 전투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길을 찾고 천막을 치고 요리를 하는 데에는 따라올 자가 없었습니다.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의 능력이자, 마법사와 용사가 음유시인을 일행에 받아들이기로 한 가장 큰 이유였죠. 음유시인이 없었다면 용사가 마왕성에 도착하기까지 배는 오래 걸렸을 겁니다. 아니면 사막에서 길을 잃고 외롭게 쓰러져 죽었을지도요. 먹을 것이 떨어져 숲속에서 보어를 잡아 구워 먹으며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아 야영하던 날, 문득 용사가 음유시인에게 물었습니다.
'음유시인의 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아무나 하지는 못할 텐데.'
'음... 나쁘지 않습니다. 길 밝고, 기억력 좋고, 요리 잘하고, 사람과 쉽게 친해지고, 노래와 음악을 좋아하면 충분하죠. 다만 떠돌이 생활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과거를 던져버리고 길거리로 나선 자만이 떠돌이 생활을 감내할 수 있죠. 이 누추한 음유시인이 당신에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이유도 이와 상통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군요.'
'떠돌이 생활을 하다 보면 어딘가에 묶이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답니다. 그래서는 떠돌이 생활을 지속할 수 없거든요. 아무도 음유시인을 찾지 못하게 하려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쪽이 편하죠. 뭐, 그리고 이야기의 신이 방랑자를 좋아한다는 말도 있고요.'
'이야기의 신이라... 가끔 이야기의 신 얘기를 하시던데, 이야기의 신은 진짜 있는 건가요? 그러니까, 마법사들이 말하는 정령이나 그런 것처럼?'
용사는 말을 하며 마법사를 흘깃 돌아보았습니다. 마법사는 이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모닥불에서 불씨를 조금 떼와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불씨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이 꼭 숨을 쉬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글쎄요, 모르죠. 그냥 음유시인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겁니다. 하지만 음유시인들은 그들이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할 때 이야기의 신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음유시인들은 이야기를 들려줄 때 먼저 이야기의 신에게 기도를 올리곤 합니다. 음유시인들만의 규칙이죠.'
'그렇군요.'
'이 일행의 모험도 끝나고 나면 하나의 이야기가 되겠죠. 이 보잘것없는 음유시인도 그걸 위해 온 것이지 않습니까? 재미있는 이야기의 한 부품이 된다면 음유시인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지요. 설령 그러다가 목숨을 잃더라도, 잃을 것이 없는 자가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제 얘기를 하는 것 같군요.'
용사가 씁쓸하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느끼셨나요? 그 역시 음유시인들의 규칙입니다.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듣는이와 비슷한 주인공을 가진 이야기를 선정해라. 최고의 이야기에는 몰입감이 필요하니까요. 이야기꾼의 습관 같은 겁니다.'
음유시인은 말을 마치고는 류트를 꺼내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찾는 이 없다면 나 떠나리라, 아는 세상에서 나 떠나리라. 나 찾지 마오, 언젠가 돌아올 테니 그전에 나 찾지 마오.'
쓸쓸함이 느껴지는 곡이었습니다. 4분쯤 후 류트에서 흘러나오는 라단조의 디리링 하는 화음과 함께 노래가 끝나자, 마침내 마법사가 가지고 놀던 불씨를 도로 모닥불에 내려놓고는 음유시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정령들이 당신의 노래를 흥미롭게 듣더군요. 물론 뜻을 알아듣지는 못했겠지만, 그 감동은 정령들에게도 느껴지나 봅니다.'
'좋은 음악과 노래는 만국 공통어죠. 정령들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음유시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음 곡을 시작했습니다.
'마른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닐 때에~'
마법사도 들어본 적이 있는 곡이었습니다. '모닥불의 정령들에게'라는 곡이었습니다. 모닥불이 신기하게도 박자에 맞춰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4장: 바위 트롤



"일행이 뾰족한 바위 절벽들 사이를 걷고 있을 때, 저 멀리 트롤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트롤은 일행을 발견하고는 사슴뿔 나팔을 불었습니다.
'뿌우우!'
그러자 앞뒤에 커다란 바위가 떨어지며 길이 막히고, 절벽에 숨겨져 있던 수많은 구멍에서 도끼와 몽둥이를 든 트롤들이 아래로 뛰어내렸습니다. 도망갈 곳이 없는 이런 지형에서는 기습을 조심했어야 하는데, 대화하며 걷다 보니 주의가 산만해진 것이 실책이었습니다. 용사는 검을, 마법사는 스태프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윽고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용사는 움직이는 바위를 상대로 연습하던 것처럼 날쌔고 묵직한 손놀림으로 검을 휘둘렀습니다. 하지만 용사의 검은 바위보다 단단한 트롤의 피부를 제대로 뚫어내지 못했고, 그저 하얀 피나 조금 흘릴 뿐이었습니다. 바위 절벽 사이에서 지내며 강화된 일족이 틀림없었습니다. 마법사가 스태프 머리를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던 트롤에게 겨누고 짧은 주문을 영창하자 트롤은 보이지 않는 힘에 튕겨 나가 저 멀리 날아가며 다른 트롤들과 부딪혔습니다. 마법사는 흘깃 용사 쪽을 보더니, 검이 통하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빠르게 주문을 영창했습니다. 마법사의 옷이 검게 타버리는가 싶더니, 그 재가 용사의 검으로 날아가 검을 감쌌습니다. 용사의 검이 까맣게 물들자, 지금까지는 생채기나 입었던 트롤들이 드디어 크게 베이기 시작했습니다.
'꾸우욱! 꾸우우욱!'
용사의 검에 베인 트롤들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트롤들의 비명을 들은 한 트롤이 몸을 말고 절벽 꼭대기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아니, 피해요!'
음유시인이 트롤 한 마리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마법사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지만 트롤들이 전쟁북을 두드리듯 발을 구르는 소리에 묻혔던 걸까요? 마법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고, 트롤은 마법사의 머리를 직격하고 말았습니다. 동시에 커다란 폭풍이 불며 주변 모든 것을 날려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일행도 트롤도 공격을 멈추고 바위 조각들 사이로 몸을 피했습니다. 한참 후 시체, 바위, 안개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날아가고 폭풍이 멎자, 남은 트롤들은 도망간 건지 날아간 건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용사와 음유시인은 폭풍의 중심에서 머리가 반쯤 깨져 피를 쏟고 있는 마법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일행은 마법사에게 다가갔습니다. 마법사의 왼쪽 다리는 깔끔하게 날아간 상태였습니다.
'아니, 크게 다쳤잖아! 일단 안정을 취하게 하고...'
하지만 마법사가 의외로 멀쩡한 목소리로 음유시인의 말을 끊었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음유시인이 멈칫했습니다.
'모든 마법은 거래입니다. 그리고 거래 대상이 관장하는 범위 안에서만 마법의 효과와 비용을 정할 수 있습니다. 정령과의 거래에서는 마력을 바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은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대신 마력이 부족하다면 거래 대상의 취향에 따라서 다른 걸 바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살을 바쳐 대신 몸에 피가 돌게 하고 있습니다. 피와 살의 신의 권능이죠. 앞으로 몇 분 정도면 제 몸은 다 소멸할 겁니다.'
마법사는 미소를 지으며 음유시인을 올려다봤습니다. 마법사의 왼쪽 다리는 날아간 게 아니었습니다. 잘린 것처럼 보이는 단면은 피와 같은 어두운 붉은색으로 부글부글 얕게 끓으며 몸을 좀먹고 있었습니다. 용사와 음유시인은 시전자의 육체를 직접 바치는 마법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음유시인이 외쳤습니다.
'그치만 이건 너무 위험해요! 어떻게든 제가 대신해보겠습니다. 주문을 알려주시면 제가...'
하지만 마법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거래 대상, 원하는 효과, 그리고 비용을 명시해서 주문을 영창하면 마법을 쓸 수 있긴 합니다. 거래 대상이 들어봤는데 마음에 든다면 마법을 이루어 주는 거죠. 그러나 마법을 쓰려면 그 전에 먼저 세 가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거래 대상의 능력 범위, 취향, 그리고 음성 언어. 마법사들은 보통 정령의 힘을 빌리는데, 정령의 언어는 습득하기 어렵고 마법사 가문에만 전해져 내려옵니다. 그래서 마법사가 아닌 사람은 보통 마법을 못 씁니다. 게다가 어떻게 억지로 쓰려고 해도 거래 대상의 취향이나 심기를 거스른다면 시전에 실패하거나 심하면 역화 피해만 입고 끝납니다.'
용사와 음유시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마법사는 머리만 남아 땅에 누워 있었고, 목의 단면에서는 검붉은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뭔가 해보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맞다. 이거 함부로 알려주면 안 되는 거였네요.'
그 말을 끝으로 마법사는 싱긋 웃었고, 그대로 머리까지 소멸하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는 마법사의 옷과 배낭, 스태프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용사와 음유시인은 그 자리에 못박힌 듯 서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5장: 배고픈 미로



"용사와 음유시인은 긴 여행 끝에 드디어 마왕성에 다다랐습니다. 마왕성의 내부는 함정이 즐비한 미로였습니다. 이리저리 헤매도 정신을 차려 보면 제자리였고, 막다른 길에서는 상급 마물이 돌아가는 길을 막았습니다. 바닥은 가끔 무너져 용암을 드러내고, 천장에서는 가시가 튀어나왔습니다. 미로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인 양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하지만 용사 일행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상급 마물도 용사의 검 앞에서 스러져 갔고, 변화하는 미로도 음유시인의 머릿속에서는 길이 보였습니다. 유일한 문제는 마법사가 없다는 것이었죠. 음유시인이 최상층으로 가는 계단통의 문을 열 때였습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음유시인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으악!'
용사가 깜짝 놀라서 살펴보니 문을 여는 작은 레버가 그대로 녹아 음유시인의 손에 엉겨 붙어 있었습니다. 레버에 걸려 있는 함정 마법을 알아채지 못했던 거죠. 벽 전체가 살아있는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고, 레버를 중심으로 거대한 틈새가 나타나더니 음유시인 팔을 벽 안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습니다. 용사가 깜짝 놀라 레버를 잘라내려고 했지만, 그랬다간 레버가 아니라 손이 잘릴 판이었습니다.
'안 돼요! 억지로 잘라냈다간 다시 문이 닫힐 겁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해요!'
'벽을 베어 떼어내 보겠습니다. 조금만 그대로 있어요!'
그러나 용사가 아무리 벽에 검을 휘둘러도 절단된 면은 금세 다시 붙었습니다. 설령 조각을 베어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벽은 꾸물대며 다시 자라날 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음유시인은 조금씩 벽의 안으로 파묻혀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음유시인이 팔을 당기다가 지나왔던 통로 쪽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통로가... 미로가 좁아지고 있어요!'
음유시인이 벽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벽 전체가 미로의 안쪽을 향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미로는 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판국이었습니다. 미로가 아니라 마치 배고픈 괴물의 뱃속과 같아 보였습니다.
'안 되겠습니다. 그냥 가세요!'
'어떻게 동료를 두고 가겠습니까!'
'방법이 없어요! 당신이 아니면 누가 마왕을 죽이겠어요.'
'하지만...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마법사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요. 어서 가요!'
그러나 용사는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용사가 망설이는 동안 미로는 점점 좁아졌고, 이윽고 음유시인의 어깨까지 집어삼키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남겨 주세요.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이 말을 끝으로 음유시인은 벽 속으로 묻혀 사라졌습니다. 미로는 희생자를 하나 집어삼킨 것이 만족스럽다는 듯 몇 차례 세차게 꿀렁이다가 이내 잠잠해졌습니다. 용사는 잠시 벽을 바라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류트 가방을 집고는 재빨리 문을 넘어갔습니다. 용사가 뒤를 돌아보니 미로가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었습니다. 돌아갈 수는 없어 보였죠. 용사는 잠시 고개를 숙였습니다. 류트를 들고 있는 용사의 왼팔이 분노로 떨렸습니다."


6장: 마왕



"용사가 홀로 마왕의 방에 들어가자, 어둠 속에 서 있는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실루엣이 말했습니다.
'미안하네.'
그와 동시에 방에 환하게 불이 켜졌습니다. 세상에, 얼굴을 보니 거기에는 용사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분명히 인간이었죠. 그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악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마왕이네. 무엇을 기대했나?'
'...'
'...날 죽이러 왔겠지?'
'물론이지.'
'껄껄껄. 아주 좋아. 드디어 내게도 이날이 오는군. 어서 오게.'
'...'
마왕은 무기를 들고 있기는커녕 잠옷 차림이었습니다. 그대로 돌격하여 마왕의 목에 칼을 꽂아 넣으면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날 참이었죠.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할수록 더더욱 신중해야 하는 법, 용사는 칼을 다시금 감싸 쥐었습니다. 그런 긴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왕이 말했습니다.
'날 죽이기 전에 한 가지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네. 거기 앉게. 걱정 마,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테니까. 날 죽이러 온 사람을 내가 왜 막겠나?'
'헛소리하지 마. 당신은 내 가족을 앗아갔어. 당신이 퍼뜨린 그 역병 때문에 말이야. 지금껏 수십, 아니 수백 년간 당신이 인간 세상에 입힌 피해를 내가 모를 줄 알아? 내 동료들도 당신에게 앙갚음하기 위해 오다가 죽었어. 한 명은 마물들에게, 그리고 한 명은 마왕성에게 죽었지. 당신에게 그 죄를 물어야겠어.'
'동료의 일은 안타깝지만, 바위 트롤은 마물이 아닌걸.'
용사는 칼끝을 마왕을 향해 겨누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뭐 그래, 최소한 역병은 내가 만든 게 맞아. 정확히는 내 최고의 흑마법사들이 만든 거지. 하지만 날 꼭 죽이겠다면 그 전에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네. 자네는 마왕이 언제부터 존재했다고 생각하나?'
마왕의 기원. 그것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누군가는 마왕이 수백 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시간의 시작부터 존재했다고 하니까요. 용사는 입을 꾹 닫았습니다. 마왕은 말을 이어갔습니다.
'약 5천 년 전, 이 세상 어딘가에 거대한 왕국을 지배하는 야욕에 물든 왕이 있었다네. 그는 강력한 군대를 이끌고 주변국을 침략해서 정복했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어디서 반란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이 걱정이었어. 그의 왕국은 너무 넓었다네. 게다가 인간의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언젠가는 그것을 모두 잃을 운명이지. 왕은 그것을 깨닫고 어느 날 궁정 마법사를 불렀다네. 그리고는 마법을 통해 불로불사할 방법을 물었지. 물론 정상적인 마법으로는 그런 권능을 얻을 수 없네. 하지만 마법사는 그 유일한 방법을 알고 있었고, 욕심쟁이 왕에게 그것을 알려준 것은 마법사의 치명적인 실수였다네. 그 방법이란 마법의 효과로서 불로불사를 얻는 것이 아니라 죽을 자유를 바치고 다른 마법을 행하는 것이야. 왕은 마법사에게 죽을 자유를 바치는 대신 자신이 만나는 모든 것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을 만들어 달라고 했지. 정복자로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마법이 아니겠는가? 마법사는 그 연구에 몇 달을 꼬박 바쳐 그 마법을 왕이 시전할 수 있도록 주문으로 만들어냈고, 그것을 왕에게 전한 날 밤 홀연 어딘가로 사라지고 말았네. 다음날 왕은 아무것도 모른 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그 주문을 영창했지. 그것이 가져올 파국은 꿈에도 모른 채.'
'그게 마왕과 무슨 상관이지?'
'그 다음 날부터, 왕은 명령 한 마디만으로 인간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네. 아니, 명령조차도 필요 없었어. 아무리 친근하게 다가가더라도 상대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왕에게 복종하고 있었지. 하지만 며칠 후 왕비와 왕자, 공주조차도 충실한 신하로 변해버리자 왕은 자신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네. 그 마법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어. 인간은 언제까지나 모든 것을 지배하기만 할 수는 없어. 사랑이 필요하지.'
마왕은 쿡쿡 하고 웃었습니다.
'수백 년이 지나자, 왕은 결국 지치고 말았다네. 이제는 모든 것을 끝내고 쉬고 싶었지. 하지만 쉴 수 없었어. 그는 만나는 모든 것의 지배자였으니까. 그는 죽기를 원했지만 어떤 방법을 시도해도 극심한 고통만 느꼈을 뿐, 곧 멀쩡하게 되살아났다네. 그가 죽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어. 죽을 자유를 잃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네.'
'죽임당하는 것.'
'그렇다네. 하지만 그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조차 마법의 영향을 받았고, 지배자를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없었지. 마법의 비용과 효과가 최악의 시너지를 일으킨 거야. 결국 그는 마법사들을 시켜 자신의 권능이 닿지 않는 곳에 재앙을 일으키기 시작했지. 언젠가 자신에게 복수심을 가지고 찾아올, 그 저주에 굴하지 않을 정신력을 가진 강력한 용사를 키워내기 위해 말이야. 재앙에 당한 사람들은 그를 마왕이라 칭하기 시작했다네.'
'...당신이...'
'아니, 아니야. 결국 그는 죽임당하는 데 성공했다네. 하지만 그조차 몰랐던 것이 있었어. 왕의 폭정에 지친 마법사가 작은 선물로 주문을 조금 꼬아 두었다는 것을.'
마왕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손가락을 튕겼습니다. 그러자 마왕의 방의 모든 문과 창문이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잠겼습니다. 용사의 칼끝이 살짝 떨렸습니다.
'여기까지 들었으면, 자네는 나를 죽여야만 해. 나를 죽이지 않고서는 이 방을 나갈 수 없거든.'
'흥, 내가 왜 당신을 죽이지 않고 여기서 나가겠어?'
'마왕에게 내린 저주는 사라지지 않아. 그를 죽인 사람에게 인가되지. 영원히. 무슨 소린지 알겠나?'
'...'
'5대 마왕이 된 것을 축하하네.'
그렇게 마왕을 토벌하기 위한 여정은 끝이 났습니다."


7장: 여정의 끝



"부하들을 모두 물리고, 마왕은 그의 왕좌에 홀로 앉아 생각했습니다. 그의 복수는 성공했고, 죽어도 여한이 없었죠. 하지만 그는 죽을 수 없는 몸. 그는 모든 것을 얻었지만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왕좌 옆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거기에는 그의 동료의 유품이었던 류트의 가방이 놓여 있었습니다. 마왕이 나지막이 중얼거렸습니다. 차라리 음유시인이 되게 해주세요. 남은 삶을 무엇에도 묶이지 않고 떠돌이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죽지 못하는 저주에서 도망치게 해 주세요.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음유시인은 그릇에 남은 마지막 건포도 한 알을 입에 넣은 뒤 잠시 우물거리고는 말을 이었습니다.
"마왕은 초대 마왕의 이야기를 곱씹어보았습니다. 죽음의 신 같은 게 마왕이 죽을 때마다 그를 찾아내 영혼을 현실로 추방하고 강제로 되살리고 있는 거라면 정령치고는 정말로 고약한 악취미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죽을 자유 같은 추상적인 것을 마법의 대가로 팔아치울 수 있다는 발상을 처음 한 건 무슨 미친 사람이었을까요."
음유시인은 잠시 뜸을 들였습니다.
"마왕은 그의 옛 동료들이 어땠는지를 돌이켜보았습니다. 마법사는 궁정 마법사였던 만큼 틀림없이 많은 경험을 했을 겁니다. 미래를 예지하는 마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만약 이 모든 여정이 마법사의 큰 그림의 일부였다면, 그는 왜 마법의 원리를 발설했을까요? 용사가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음유시인은 또다시 뜸을 들였습니다.
"그의 동료였던 음유시인이 살아있는 벽 속으로 파묻혀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그는 음유시인의 이름조차 몰랐습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거의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 중 무엇이 본인의 이야기이고 무엇이 타인의 이야기였는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이래서는 설령 음유시인이 살아있더라도 아무도 그를 찾지 못할 것이었습니다. 어떠한 연결고리도 남기지 않는 것, 그것이 음유시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음유시인은 마지막 남은 차를 모두 들이키고는 말을 이었습니다.
"마왕은 그제야 음유시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를 버린 자만이 음유시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떠돌이의 본질이며, 이야기의 신이 있다면 그런 자에게만 자신의 축복을 내릴 겁니다. 음유시인들의 규칙은 이야기의 신의 취향이라고 했습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마왕은 류트 가방을 집어 들고 외출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에게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음유시인은 말없이 기지개를 켰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마침내 이야기가 현실을 따라잡고... 그가 말했습니다."
음유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에 걸쳐 놓은 류트 가방을 집어 들었습니다.
"'대신 제 이름과 과거를 버립니다.'"
반짝, 잠깐 음유시인에게서 은은한 빛이 발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절 찾지 못할 겁니다. 마법이란 그런 것이죠."
음유시인은 그 말만을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어느새 눈이 그쳐 있었습니다.






보너스 퀴즈!

단편이지만 꽤 복잡한 소설입니다.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아래의 질문에 답해 보세요.

1. 주인공의 직업의 변천사는?
2. 주인공은 마왕의 저주를 벗는 데 성공했을까?
3. 주인공은 원래 마법을 쓸 수 없을 텐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4. 주인공이 화자를 찾아온 이유는?


해설(클릭) 용사였다가 마왕이 된 주인공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화자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음유시인이 되었죠 (또는 되어 있었죠).

마왕이 된 주인공은 들은 이야기들을 곱씹어보다가, 마법으로 마왕의 저주를 벗을 수 있는 묘책을 떠올려냈습니다. 마법사의 이야기에 따르면 주인공이 마법을 쓸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죠. 정령의 언어를 모른다는 점마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음유시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정령 대신 이야기의 신과 거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눈치챕니다. 이야기의 신은 인간의 언어를 알 것이기 때문에 언어 문제는 해결. 그리고 마왕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추상적인 것도 마법의 비용으로 바칠 수 있음을 깨달았죠. 그는 자신의 이름과 과거를 이야기의 신에게 마법에 대한 비용으로 바치기로 합니다. 마침 이름과 과거는 이야기의 신이 관장하는 영역이니까요. 그렇게 마력 문제도 해결.

마법 주문이 성공하려면 영창 안에는 거래 대상, 원하는 효과, 그리고 비용이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주인공은 1장에서 "이야기의 신이 이 자리에 함께하시기를"이라며 거래 대상을 명시했고, 7장에서 "차라리 음유시인이 되게 해주세요. 남은 삶을 무엇에도 묶이지 않고 떠돌이로 살 수 있게 해주세요"라며 원하는 효과를, "대신 제 이름과 과거를 버립니다"라면서 비용을 명시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주인공이 화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전체가 마법 주문이 됩니다.

마법이 성공하려면 거래 대상의 취향을 맞춰 줘야 하는데, 마침 이야기의 신의 취향은 음유시인들의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음유시인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작중 등장한 이야기의 신의 취향은 3가지가 있습니다. 자신이 이야기에 등장하더라도 3인칭으로 말할 것,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야기의 신에게 기도를 올릴 것,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과 듣는이 사이에 공통점이 있게 하여 몰입감을 이끌어낼 것.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을 3인칭으로만 서술하고, "이야기의 신이 이 자리에 함께하시기를"이라며 이야기의 신에게 기도를 올렸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주인공과 듣는이 사이에 공통점이 있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처럼 마법 역병에 의해 아내와 자식을 잃은 사람을 찾으러 긴 외출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마법이 성공적으로 발동하고 주인공은 이름과 과거를 잃어버립니다. 이름과 과거를 잃어버렸으니 5천 년 묵은 오래된 거래 역시 파기되고, 주인공은 저주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여담으로 1장과 2장에서 화자가 주인공에게서 느끼는 묘한 카리스마는 주인공이 아직 마왕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카리스마입니다.





이충명,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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