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림바 기본 지식






0. 역사



칼림바(Kalimba) 또는 음비라(Mbira)는 중앙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악기이며, 이후 휴 트레이시(Hugh Tracey)에 의해 현대식으로 개량되었습니다. 흔히 오르골과 비슷한 음색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한쪽이 고정된 금속 판을 튕겨 연주한다는 점에서 오르골과 거의 똑같은 악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제 금속 원통에 새겨진 양각 점 대신 손가락이나 손톱으로 연주할 뿐입니다.

휴 트레이시는 중앙에 가장 낮은 음을 놓고, 좌우로 건반을 배치하여 엄지손가락으로 연주하는 것에 최적화된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칼림바에는 이런 형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건반의 개수도 다양하고,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배열되어 있다든가, 바닥에 두고 양손과 여러 손가락으로 연주하도록 된 큰 칼림바나, 건반이 2겹으로 되어 있는 등 여러 모습의 칼림바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칼림바는 휴 트레이시 17키 칼림바입니다. 최근에는 더 다양한 연주를 위한 휴 트레이시 21키 칼림바나 반음 칼림바 등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사용 중인 칼림바는 앞면 17키, 뒷면 17키로 구성된 반음 칼림바에서 뒷면을 커스터마이징한 형태입니다.





1. 손톱 관리



(오른손 엄지 기준)

이 정도가 이상적인 엄지손톱의 모양입니다. 약간 길쭉한 타원형이 되도록 깎습니다. 원형보다 넓적하면 1개의 음만 정확히 치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사람마다 손끝의 손톱 위치가 다른데, 엄지손톱을 위에서 바라보았을 때 손끝살 너머로 손톱이 "최소한" 0mm 이상 튀어나와야 겨우 손톱으로 연주가 가능합니다. 손톱이 손끝살 너머로 3-4mm 정도 튀어나오는 것이 최적입니다. 저의 경우 이는 흰 부분 5mm 정도에 해당합니다. 손톱이 길어야 하는 이유는 음을 연주할 때 뮤트시키지 않기 위함, 그리고 여러 음을 연주하기 위함입니다. 손톱이 짧으면 건반에 손톱보다 살이 먼저 닿는데, 그러면 살이 닿으면서 진동이 멈춘 뒤 다시 손톱으로 튕기게 되어 소리가 잠깐 끊기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의 음만 치는 것은 손톱이 짧아도 어느 정도 되지만, 다음 글에서 설명할 것처럼 여러 음을 밀어올리면서 연주하고 싶을 때 짧은 손톱으로는 연주할 수가 없습니다.

손톱을 깎은 다음에는 네일용 샌딩블록이나 줄을 사용해서 한번 갈아 줍시다. 엄지손톱은 다른 손톱보다 두껍고, 손톱깎이는 그냥 손톱을 부러뜨리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깎은 뒤 단면을 옆에서 관찰해 보면 네모낳게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상태로 칼림바를 연주하면 손톱 단면의 위쪽과 아래쪽 모서리가 건반을 두 번 튕겨 버려서 소리가 나쁘게 날 수 있습니다. 샌딩블록을 사용할 떄는 손톱을 수직으로 세워서 한번 갈고, 그 다음 손톱 아랫부분을 중점적으로 갈아 줍니다. 실제로 건반을 튕기는 건 손톱의 아래쪽이니까요. 갈아 준 다음 손으로 만져 봤을 때 매끈하면 됩니다. 이 상태로 연주하면 윤활유를 친 것처럼 매끄럽게 연주가 잘 됩니다. 매끈하지 않고 뭔가 걸리는 것이 있다 싶으면 그 부분을 더 갈아서 매끈하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기서 크랙이 자라서 종국에는 엄지손톱이 부러지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건반 끝의 라운딩 처리가 완벽히 되지 않은 칼림바는 연주할 때 손톱이 조금씩 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듯. 반대로 라운딩이 너무 잘 되어 있으면 손톱이 미끄러지니까요.

핑거피크는 경험상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핑거피크는 엄지손톱 아래에 받쳐서 쓰는 건데, 그게 될 정도의 손톱 길이가 있으면 애초에 그냥 손톱을 쓰면 됩니다.





2. 잡는 자세



손 크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저는 검지는 칼림바 옆면에 평행하게 두고, 중지~소지는 칼림바를 뒷면에서 받칩니다. 이때 검지의 끝이 칼림바 위쪽의 건반을 고정하는 가로막대 근방에 오도록 합니다. 그러면 엄지를 움직이는 것으로 모든 음에 닿을 것입니다. 낮은 음 쪽은 엄지손가락을 50도 정도로 기울이게 되고, 가장 높은 음 쪽은 거의 90도로 섭니다.

손이동을 해서 반대쪽 건반을 튕기려고 할 때는 엄지만 움직여서는 닿지 않으므로, 검지와 검지 칼림바 본체를 잡고 엄지손가락 아래까지도 좀 움직여야 합니다. 이동하는 손의 반대쪽을 살짝 들어서 가깝게 도와주면 좋습니다.

칼림바 자체가 좌우대칭이 아니기 때문에 잡는 자세도 좌우대칭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는 정상입니다.

또한 칼림바 모델에 따라 크기가 다릅니다. 조금 좁은 칼림바도 있고, 넓은 칼림바도 있고, 아예 다르게 생긴 칼림바도 있습니다. 당연히 잡았을 때의 감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새 칼림바를 가지게 되면 그 칼림바를 잡는 것도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연주할 때 손톱 위치가 0.5mm 빗나가면 다른 음이 눌리는 섬세한 악기라 크지 않아 보여도 은근히 신경쓰이는 요소입니다.





3. 구조



17키 기준으로, 칼림바의 건반(tine)은 가운데 가장 아래가 4C 도고 거기서부터 좌우로 레, 미, 파, 솔, ... 이 됩니다. 건반을 따라 올라가면 뒤쪽에서 받쳐주는 금속 봉이 있고, 다시 그보다 위로 올라가면 앞에서 누르는 금속 판이 있습니다. 이 구조에 의해 칼림바의 건반이 고정되어 있으며, 봉 아래로 튀어나온 부분의 길이에 따라 소리가 납니다. 길게 튀어나와 있을수록 낮은 소리가 나기 때문에, 건반을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이면 조율할 수 있습니다.

칼림바 몸체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울림통이 없는 플레이트 타입과 울림통이 있는 어쿠스틱 타입입니다. 나무로 되어 있지 않은 칼림바도 있습니다. 플레이트 타입의 경우 소리가 어쿠스틱 타입에 비해서 훨씬 (체감상 거의 5배?) 작게 나는 대신, 진동이 오래 가기 때문에 소리가 예쁩니다. 당연한 게, 같은 에너지로 건반을 튕길 때 소리가 커지면 그만큼 금방 죽어 버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특히 6옥 도-미 정도의 고음은 플레이트 타입이 어쿠스틱 타입에 비해서 훨씬 소리가 예쁘게 납니다. 또한 같은 타입이라도 건반이 세게 잡혀 있을수록 진동이 오래 갑니다. 간단하게 진동이 오래 간다 = 소리가 맑다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건반이 세게 잡혀 있으면 음도 덜 틀어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장력은 센 제품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리가 큰 어쿠스틱 타입을 추천합니다. 어쿠스틱 타입의 소리 크기는 야외에서 연주가 가능한 정도이며, 녹화나 녹음을 할 거라면 당연히 어쿠스틱이 훨씬 소리가 잘 잡힙니다. 소리 크기는 작아도 좋으니 맑은 음색을 원한다면 플레이트 타입이 좋습니다. 물론 굳이 플레이트 타입이 아니어도 일반인이 듣기에는 충분히 예쁘고 맑은 소리가 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KalimbaMagic 휴 트레이시 칼림바는 아래쪽에 앰프를 연결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있습니다. 꽂아 본 적은 없지만요.





4. 칼림바 관리법



칼림바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것은 버징의 발생입니다. 버징은 특정 음을 연주할 때 찌잉 하는 소리가 나는 현상을 말하는데, 칼림바의 어딘가가 살짝 떠서 특정 음과 주파수가 맞아 공명하는 경우 나타납니다. 어디가 떴는지에 따라서 해결할 수도,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버징은 경우마다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해결법이 없고 어떻게든 알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부분은 건반과 건반 아래쪽에서 받쳐주는 쇠 막대 사이에 먼지 같은 이물이 끼어들어간 경우입니다. 이때는 실을 아래로 통과시키거나 조율을 다시 해 보는 등, 어떻게든 이물을 빼내 주면 버징이 사라집니다. 망치로 두드려서 건반을 위나 아래로 많이 민 다음 쇠막대와 닿는 부분 근처를 어떻게든 청소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도 버징이 있을 경우 이물이 아니라 부품 자체가 조금 상한 경우인데, 건반을 아주 살짝 대각선으로 틀어 주면 보통 피할 수 있습니다. 건반이 살짝 대각선으로 틀어져 있어도 소리가 나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반음 칼림바는 아래쪽에 앰프 단자가 있는데, 이 단자 안쪽에서 고무와 쇠 부품 사이가 떠서 4옥 시 근처에서 작은 버징이 생긴 적이 있습니다. 이건 적당히 울림통 안에 휴지를 넣어 고무를 고정해서 해결했습니다.

칼림바도 나무 악기인 만큼, 온도와 습도를 적당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만약 너무 습하다면 나무가 팽창하여 소리가 틀어질 수 있고, 너무 건조하다면 나무가 수축하여 갈라질 수 있습니다. 여름엔 습한 환경을, 겨울엔 건조한 환경을 주의하세요. 특히 울림통에 구멍이 뚫려 있는 어쿠스틱 타입 칼림바가 플레이트 타입에 비해 갈라짐에 취약합니다. 사실 조금 팽창하는 건 괜찮은데 갈라지면 버징도 생기고, 악기가 복구 불가능하게 손상된 것이므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새로 사야죠.

목재용 레몬오일이 있습니다. 칼림바뿐만 아니라 통기타 등 나무로 된 악기들에 모두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바르면 목재에 흡수되어 목재 내부에 원래 존재해야 하는 유분을 대체하는 역할을 합니다. 겨울에 1~3개월마다 한 번 정도 화장솜 등에 묻혀서 나무 부분에 골고루 바른 다음 하루 정도 건조시키면 갈라짐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레몬오일에는 독성이 있으니 꼭 비닐장갑을 끼고, 환기하면서 말리기 바랍니다.

칼림바도 악기인 만큼 주기적으로 조율을 해 주어야 합니다. 금속 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현악기처럼 온도나 습도에 따라서 장력이 변할 일은 없지만, 건반이 조금씩 미끄러지거나 어딘가에 부딪히면 음이 틀어집니다. 핸드폰으로 조율 앱을 깔고, 칼림바를 사면 동봉되어 오는 망치를 사용해서 위나 아래를 톡톡 때려서 (생각보다 세게 때려도 괜찮습니다) 맞춰서 조율합니다. 목표하는 음의 ±10Hz (저음은 ±5Hz) 안쪽으로 들어오면 충분합니다.

칼림바 건반은 일부러 빼지 않는 한 빠질 일은 없지만, 빼면 사실상 다시 끼울 수 없으므로 주의합시다. 칼림바 건반만 따로 사서 DIY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작 만들고 나면 소리가 둔탁하게 나서 실패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 경우는 건반에 충분한 장력을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잘 만들어진 칼림바는 다시 끼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장력을 가하여 만들어져 있습니다.

원래 반음이 없는데 조옮김만 한 곡은 칼림바를 미리 조율해서 연주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가령 모든 파를 파#으로 바꿔 두면 사장조가 됩니다.





1. 칼림바 기본 지식
2. 칼림바 주법
3. 칼림바를 위한 편곡법
4. 편곡 예시: 오리날다





이충명, 2021.04.03.
뒤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