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필터의 오리날다(Flying Duck)는 멜로디 위주로 진행되며, 너무 빠르지 않고, 다장조로 옮겼을 때 (+2키) 메인 멜로디에 거의 반음이 없고, 곡 도중 조옮김이 없고, 주 멜로디가 최대 솔로, 5G에 맞추면 딱 맞고 너무 높이 올라가지 않아 (사실 너무 낮은 감이 좀 있습니다) 칼림바로 연주하기에 적절한 곡입니다. 사실 편곡을 마친 결과물이 좋으려면 원곡이 좋아야 합니다. 적절한 곡을 고르는 게 성공적인 편곡의 반 이상을 결정합니다. 편곡 난이도뿐만 아니라 그냥 곡 자체가 결과적으로 예쁘게 뽑혀요.
이 곡은 편곡을 상당히 간단하게 한 편입니다. 편곡은 음악적 센스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정석만 따라가면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복잡하고 불규칙한 것들을 보여드리자면 사족이 될 것 같아서 편곡을 이런 식으로 진행한다 정도의 흐름만 보여주려고 일부러 최대한 간단하게만 편곡한 곡을 골랐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복잡한 곡은 편곡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곡을 모른다구요? 일단 듣고 갑시다!
일단 메인 멜로디는 다 땄다고 생각하고 보겠습니다. 보통 멜로디를 따는 것은 반주를 따는 것에 비해 훨씬 명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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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는 곡을 아는 여러분이 보기 편하라고 써 놓은 거고 원래는 당연히 안 씁니다. 메인 멜로디는 따기 쉬우니까 코멘트를 많이 할 것은 없고, 원곡과 비교해서 다른 부분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먼저, 이 곡의 구조는 인트로-전주-(1절-사비)-간주1-(2절-사비)-간주2-사비-후주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킥과 함께 들어오는 짧은 인트로는 그 이후와 다른 악기가 사용되어야 의미가 있는 부분이니 잘랐습니다. 2절의 경우 1절이랑 가사를 제외하면 차이가 없고, 사비 부분도 3-4번이나 반복되므로 지루하다고 생각해서 (2절-사비) 부분도 잘라내서 버렸습니다. 간주1도 당연히 덤으로 잘려나갔고요. 쉬는 구간과 후주는 각각 같은 멜로디 2번 반복이라 반씩으로 줄였습니다. 숏버전을 만드는 작업이죠. 멜로디를 다 딴 뒤에 잘라도 되긴 하지만 귀찮아서 미리 자른 겁니다.
원래 이 곡의 후주는 전주와 거의 같습니다. 근데 후주에는 보컬이 예이예 하는 게 추가되어 있어서, 그걸 살리기 위해 77마디 근처를 비틀어서 보컬 멜로디처럼 약간 변주를 주었습니다. 사실 그마저도 원곡과 같은 멜로디는 사실 아닙니다. 앞뒤와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지도록 박자라든가 살짝 바꿨습니다.
또한 전주와 후주의 경우 맨 끝의 파-미파미파미 하는 부분은 원래 1옥타브 낮지만 임의로 올렸습니다. 왜? 그냥 그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서요. 원래 1옥타브 차이나는 음은 같은 음이라서 자유롭게 바꿔끼울 수 있습니다. 다만 높은 음일수록 멜로디라는 느낌을 주고 낮은 음일수록 반주라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즉 이 경우는 반주를 메인 멜로디의 일부로 승격시킨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참고로 곡 길이를 쉽게 계산하려면 (마디 수) × (한 마디에 들어가는 4분음표 수) / (BPM) 하면 나옵니다. 지금 이건 85마디, 4/4박자, BPM 158이니까 85 × 4 / 158 ≒ 2.15분 정도 나오겠네요. 다만 이건 당연히 BPM을 지켜서 연주했을 때 얘기고, 저는 보통 원곡에 비해서 1.25배 정도 느리게 연주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계산된 시간보다 1.25배 정도 길어질 겁니다. 2.15 × 1.25 ≒ 2.69분, 즉 2분 41초 정도 나올 거라고 예상할 수 있겠네요.
이제 부분부분 들여다보면서 반주를 따 봅시다. 위와 비교하여 추가된 음표는 파란색으로 색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메인 멜로디의 음표가 짧아진 경우도 있지만 어차피 칼림바 건반은 한번 튕겨 두면 음표의 길이와 상관없이 계속 진동하니까 똑같은 겁니다. 음이 연주될 동안 계속 건반을 누른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피아노 같은 건반악기보다는 기타 같은 현악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 반주를 딸 때에는 실제 칼림바에서 연주가 가능할지를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뒤에서 다시 고칠 겁니다.
2. 반주 작성하기
전주입니다. 가장 간단하게 코드가 바뀔 때마다 반주를 넣어 주었습니다. 정박에 딱 맞춰서 비트를 넣어 주는 방법도 있지만 이 부분의 경우 메인 멜로디와 같이 8분음표만큼 앞당겨서 넣었습니다. 비트를 이렇게 앞당겨 깔면 급한 느낌이 납니다.
아직 전주이기 때문에 완급 조절을 위해 반주를 많이 깔지 않았습니다. 전주는 적어도 곡의 하이라이트보다는 비어 있는 느낌을 주어야 하니까요. 만약 내가 지금 엄청 신나서 반주를 많이많이 깔고 싶다! 그러면 아래처럼 정신줄 놓고 막 깔아도 문제는 없습니다. 코드에 있는 음만 사용한다면 막 이상하게 들리고 그러진 않습니다.
반주를 촘촘하게 깔아 본 예시입니다. 3마디와 7마디를 보면 메인 멜로디와 반주가 5C에서 겹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겹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미지에서는 음표머리 2개로 표기를 했지만 실제로는 그냥 하나로 합쳐지게 될 겁니다. 사실상 1개의 음표밖에 없게 되는 거라서 비트를 주는 박자 강조 효과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그냥 두면 됩니다.
그 바로 다음 음을 보면 메인 멜로디가 레고 반주가 도인데, 원래 여기 반주는 앞 마디들과 같은 규칙을 따라가자면 5C가 아니라 5E여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면 반주가 메인 멜로디보다 더 높아지기 때문에 없애거나 바꿔야 하죠. 없애면 박자 강조 효과가 사라질 텐데, 이번에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코드에 있는 다른 음으로 대체한 것입니다. 아무튼 이건 안 쓸 편곡이니 각설하고.
8마디의 파-미파미파미레 같은 부분은 드럼이 들어가기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비트를 깐 것입니다. 여기는 메인 멜로디가 파인데 반주도 파로 넣었죠. 코드의 다양한 음을 쓴 것이 아니라 파 하나밖에 쓰지 않은 것인데, 이렇게 1개의 음만 사용하면 제대로 된 화음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건조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정확히 1옥타브 차이나는 음을 넣게 되면 결국 같은 음이니까 음은 하나지만 비트에 의한 강조는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원곡과는 다른 비트입니다. 이렇게 넣는 게 어울릴 것 같았을 뿐이에요.
맨 앞은 원래 멜로디가 나오지 않고 비어 있는데, 그냥 그렇게 두면 심심하기 때문에 반주를 넣었습니다. 그냥 미-도를 넣은게 아니라 도미-도를 넣은 건, 미-도를 넣었을 때 기대했던 것보다 심심하게 느껴져서 그런 겁니다.
10마디의 솔, 11마디의 미, 16마디의 파/솔도 비슷한 이유로, 멜로디의 음이 너무 오랫동안 혼자 놀고 있어서 심심하지 않도록 반주를 곁들여 준 것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그냥 코드가 바뀌는 부분마다 한두 개의 음을 넣어서 코드만 잡아 준 겁니다. 가장 간단한 비트죠.
방금과 거의 똑같습니다. 다만 19마디의 코드를 잡아 줄 때 방금과는 달리 비트를 8분음표만큼 앞으로 당기지 않았는데,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당겨도 되긴 하지만 왠지 이게 더 어울릴 것 같았어요. 언제나 영감을 우선적으로 따라갑시다.
25마디와 27마디의 파-도 역시 음이 비어서 채워 준 겁니다.
28마디의 파-미-레-도 또한 멜로디의 음이 너무 오랫동안 혼자 놀고 있어서 넣어 준 반주인데, 방금까지 이야기하던 것과는 달리 이건 코드의 음이 아닙니다. 이건 원곡에도 없는 진행으로 완전히 창작해서 넣은 겁니다. 이렇게 넣으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33마디의 레-미-파-파#-솔 반주는 점점 기대를 모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창작해서 넣은 것입니다. 원곡을 들어 보면 이 부분에서 텐션을 끌어올리다가 반주를 잠깐 멈춘 다음 곡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면서 터뜨려 주는 흔한 진행이죠. 이 끌어올려지는 느낌을 올라가는 진행으로 표현한 겁니다.
여기서 하나! 온음 칼림바에는 파#이 없는데 어떻게 연주해야 할까요? 만약 반음이 멜로디라인에 있는 경우에는 여러 다른 방법으로 편곡을 해야 하지만, 반음이 반주에 있는 경우에는 그냥 그 음을 연주하지 않으면 됩니다. 레-미-파---솔 반주가 되겠죠. 좀 덜 풍부한 느낌은 있어도 어색하지는 않을 겁니다. 편곡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종종 마주할 수 있는데, 가령 코드가 도#미솔이다 그러면 미와 솔로만 반주를 깔면 되고, 코드가 라b도파다 그러면 도와 파로만 반주를 깔면 됩니다.
드디어 하이라이트군요. 경쾌하고 꽉 찬 느낌을 주기 위해서 비트를 8분음표 간격으로 모든 박자에 깔았습니다. 단, 마디의 첫 음은 앞으로 당겨져 있기 때문에 비워 놨고, 그 외에 메인 멜로디가 존재하는 박자는 연주 난이도를 고려하여 따로 반주를 넣지 않았습니다. 거기까지 반주를 다 깔았다면 곡 자체는 더 풍부했을 겁니다.
39마디의 반주는 메인 멜로디의 박자 하나하나를 강조하기 위해서 메인 멜로디가 연주되는 박자마다 비트를 깔아 화음으로 만들어서 강화한 겁니다. 40마디의 레-미-파-파#-솔은 아까와 똑같은 반주입니다.
방금과 동일.
하이라이트가 끝나고 잠시 쉬는 구간입니다. 쉬는 구간인만큼 반주를 조금만 넣어야겠죠. 코드가 바뀌는 부분마다 음을 2개씩 넣어서 분위기만 잡아 주었습니다. 원곡은 쉬는 구간이 8마디 더 있지만 숏버전으로 만드느라 잘라버려서 쉬는 구간은 55마디에서 곧바로 끝납니다. 54마디쯤부터 하이라이트로 다시 들어갈 준비를 하기 때문에 조금씩 반주가 다시 생겨나는데, 54마디 두 번째 박자의 파가 그 흔적입니다. 56마디는 예의 레-미-파-파#-솔 반주와 함께 다시 하이라이트로 넘어가는 부분입니다.
반주 이야기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 하나. 51마디를 보면 메인 멜로디에 라b이 있습니다. 이 곡에서 유일하게 메인 멜로디에 반음이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온음 칼림바로 연주하고 싶다면 약간 수정이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메인 멜로디에 나오는 반음을 수정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나 b을 떼고 가장 가까운 온음을 연주하는 것이고, 둘째는 코드에 있는 다른 온음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저는 두 번째 방법을 선호하기 때문에, 만약 온음 칼림바용으로 이 곡을 편곡해야 한다면 4옥 라b에서 4옥 미로 바꿀 겁니다.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해서 솔이나 라로 만들면 코드랑 안 맞아서 더 어색할 겁니다.
아까꺼 복붙입니다.
후주입니다. 전주와 거의 같은데, 위에서 설명했듯 보컬의 예이예 하는 부분이 들어가서 차이가 있습니다. 예이예 하는 보컬과 원래의 멜로디를 둘다 넣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면 연주가 어려운 관계로 보컬만 따라가고 있습니다.
반주까지 채보가 다 끝나면 원곡과 동시에 재생하여 채보가 잘못된 부분이 있지 않는지 최소 열 번 이상 반복하여 확인합니다. 메인 멜로디의 박자가 틀렸거나, 작은 소리의 반주에서 으뜸음이 아닌 음을 연주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칼림바 연주를 위해 보정하기
원래 가장 먼저 칼림바 음역대 안으로 음들을 밀어넣어야 합니다. 다만 지금 이 곡의 경우에는 원곡의 반주를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 창작해서 넣었는데, 반주를 만들어 넣을 때부터 음역대 안에 있는 음만 사용했기 때문에 음역대를 벗어나는 게 없어서 스킵해도 되겠습니다.
따라서 이번 곡 같은 경우에는 한쪽에서 2개의 음이 연주되는 경우만 찾아서 아르페지오와 손이동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주된 작업이 됩니다.
그럼 이제 실제 편곡을 보겠습니다. 이 곡은 상당히 간단한 편이라 수정할 게 많이 없습니다.
아르페지오로 이어 줍니다. 시도 코드에 있는 음이라 조화롭게 들립니다. 손이동으로 하기에는 바로 직전에 왼손이 도를 튕기고 8분음표만에 날아와야 해서 너무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아르페지오로 잇는 대신 그냥 놔두고 손이동으로 처리했습니다. 앞뒤에 최소 4분음표 이상의 간격이 있어 건반을 정확하게 겨냥할 시간이 있고, 아래 음이 4옥 레/미로 칼림바의 가장 아래쪽 건반이므로 손이동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손이동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35, 36, 38마디도 아르페지오로 이어 주었습니다. 39마디는 손이동으로 처리했습니다. 5도 화음이고 나름 강조가 들어가는 부분이라 아르페지오로 처리해도 문제없지만, 앞뒤 간격이 넓고 아래 음이 낮아 손이동으로 처리하기에도 좋습니다.
48마디도 같은 이유로 손이동으로 처리했습니다. 나머지 5도 화음들은 무난하게 아르페지오로 연결해 줍니다.
이후는 앞과 같이 5도 화음들을 싹 아르페지오로 처리했습니다. 77마디의 7도 화음은 손이동으로도 처리가 가능한데, 왼손은 8분음표 간격으로 연주를 해야 해서 바쁘지만 오른손은 앞뒤에 4분음표 이상의 여유가 있어서 손이동을 할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우에는 원래 보컬이 들어가는 부분이라 강조해 주면 좋겠다 싶어 아르페지오로 처리했습니다.
여기까지 하면 편곡이 대강 끝나고, 이렇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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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뭔가 코드를 잘못 땄거나 해서 어색한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수정하는 게 나은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곡 전체를 계속해서 재생시켜 보면서 원곡과 비교합니다. 원곡을 다 외웠었다고 생각하더라도 다시 들어 보면 뭔가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4. 실제로 연주하면서 수정하기
여기까지는 악보 작성 프로그램에서 재생시켜 보면서 어색한지 아닌지 정도만 체크했습니다. 이제 칼림바로 계속해서 연습하면서 어색하거나 너무 어려운 부분을 수정합니다.
이 곡의 경우에는 한 손이 8분음표 간격으로 먼 거리를 날아다녀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전주와 후주의 뒤쪽 파-미파미파미 부분입니다. 특히 곡의 맨 끝 파미레도 부분은 양손이 같이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곡을 수정해서 해결할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더 느리게 연주해서 해결할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연습을 더 열심히 해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곡도 실제로 연주하면서 수정한 부분이 좀 있긴 한데 편곡이 다 끝난 상태에서 글을 쓰다 보니까 처음 편곡할 때 그렇게 한 것처럼 글을 쓰게 되었네요. 사실 편곡이 그리 어렵지 않기도 했고, 머릿속으로 하이라이트 등 중요한 부분에 대한 편곡 아이디어가 다 떠오른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한 거라 고칠 부분이 아주 많지는 않았습니다. 보통의 곡이 이 단계에서 얼마나 바뀌는지는 다음 글을 쓴다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