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림바를 위한 편곡법






칼림바에 맞게 편곡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물론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인 만큼, 이 모든 서술은 100%가 아니며 편곡과 연주에 자신이 있다면 어떤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렵겠지.



1. 곡 선택하기



먼저 마음에 드는 곡을 최소 수십 번 이상 들어 보면서 익숙해집니다. 다른 악기 커버가 있는 경우 들어보면 도움이 될 수도 있는데, 특히 오르골 커버가 있다면 아무래도 음색이 비슷하다 보니 반주를 따라하거나 아이디어를 얻기가 쉽습니다. 곡이 어느 정도 외워졌고 칼림바로 쳐보고 싶다 하면 조건이 맞는지를 확인해 봅니다.

첫째, 칼림바의 가장 큰 제한은 반음의 제한입니다. 일반적인 17키 칼림바는 반음을 연주할 수 없으므로, 메인 멜로디에 반음이 없는 곡만을 선택합니다. 단, 조옮김은 자유이므로 반음이 최대한 없도록 다장조나 가단조로 옮긴 후에 반음이 없는 곡을 선택하면 됩니다. 사실 조옮김을 해도 95%쯤의 곡은 메인 멜로디에서부터 반음이 있습니다. 반주에 반음이 있으면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있지만 메인 멜로디에 반음이 있으면 좀 걸리적거립니다.


저는 반음 칼림바를 연주하기 때문에 반음의 제한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편이지만, 반음 연주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여전히 반음이 없거나 적은 곡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곡 후반에 중도 조옮김 한 번이 있는 정도라면야 무시하고 원래의 조로 연주하면 되지만, 별안개 - 신시아처럼 조옮김이 매우 자주 등장하거나 조옮김이 곡의 정체성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탈락입니다.

둘째, 칼림바는 음역대가 넓지 못한 편입니다. 따라서 조옮김 이후 메인 멜로디가 칼림바의 음역대를 벗어난다면 웬만하면 고르지 않습니다. 음역대를 아예 벗어나지는 않더라도, 6C-6E 범위의 고음은 건반이 짧아 음이 예쁘게 잘 나지 않으므로 멜로디가 주로 고음에 위치하는 곡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인 멜로디가 너무 저음에 치중되어 있으면 그 아래에 반주를 깔 공간이 별로 남지 않지만, 그래도 높은 것보다는 낫습니다. 가끔씩 다장조나 가단조가 아닌 다른 조성에서도 반음이 없어지는 곡이 존재하니까 시도는 해봅시다.

셋째, 칼림바는 연타가 어려운 악기이므로, 헬로/하와유처럼 곡에 연타가 주요하게 들어간다면 웬만하면 고르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 연타 뿐만 아니라, 도-라-도-라를 16분음표로 반복하는 등 한 손이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경우도 포함합니다. 이러한 점들은 편곡하면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도 있는 부분들이지만, 원곡을 건드려야 하는 것은 여전하기 때문에 편곡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좋아하는 곡을 선택할 것인지, 다른 곡을 찾을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넷째, 멜로디 위주의 곡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채롭고 풍부한 음을 담아낼 수는 없는 악기이니까요. 추가로 곡이 느리면 칼림바와 분위기가 잘 어울리기도 하고, 연주 난이도가 낮아서 좋습니다. 가창력 위주의 보컬곡, 기타/드럼 솔로가 있는 곡, 비트가 센 곡, 명확한 메인 멜로디 없이 화음의 조화와 코드 진행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곡은 채보까지는 되겠지만 칼림바에 어울리도록 편곡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곡은 곡 선택 단계에서 걸러집니다. 그리고 곡을 잘 선택하는 것이 결과물 퀄리티의 반 이상을 책임집니다.





2. 곡 채보하기



채보는 전적으로 음악적 감각에 달려 있습니다. 음감을 따라 메인 멜로디를 먼저 따고, 그 다음에 반주를 땁니다. 이 단계에서는 실제로 칼림바에서 연주가 가능한지 고려하지 않습니다. 반주가 4C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에도 놔두고, 연주할 수 없는 복잡한 화음이어도 놔둡니다. 이 단계는 최대한 원곡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지만, 어차피 편곡할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편곡될 것이 명확한 부분은 자세히 따지 않거나 미리 수정하면서 작업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숏버전으로 만들 것이 확실하다면 미리 숏버전으로 수정하여 작업해도 됩니다.

채보할 때, 기본적으로는 쉼표를 넣지 않습니다. 쉼표 대신 앞의 음을 늘려서 그 자리를 메웁니다. 쉼표는 진동하고 있는 건반을 일부러 눌러서 멈출 때에만 넣습니다. 뮤트 주법이라 하는데 그렇게 연주하는 게 어울릴 법한 특수한 경우에만 사용합니다.

저는 제 음감 때문에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키를 조정하여 다장조나 가단조, 혹은 다른 반음이 최대한 적은 조로 옮긴 후 채보합니다. 가사가 없거나 잘 모르는 곡은 가장 높은 음의 음이름이 가사로 붙어 있는 노래처럼 들리는 공감각이 있는데, 그게 #이나 b을 무시하고 음이름을 들려주기 때문에 반음이 없어야 음이름이 명확하게 들리거든요. 어차피 칼림바에서 쉽게 치려면 채보한 후에 반음이 적어지도록 조를 옮겨야 하기도 하고. 아래는 참고표입니다.

파# - 사장조/마단조. +5키 또는 -7키.
파도# - 라장조/나단조. -2키.
파도솔# - 가장조/올림바단조. +3키.
시b - 바장조/라단조. -5키 또는 +7키.
시미b - 내림나장조/사단조. +2키.
시미라b - 올림라장조/다단조. -3키.

메인 멜로디는 보통 선명히 들리지만 반주의 경우 잘 들리지 않는다면 속도를 느리게 하고 구간반복재생을 건 다음 소리를 키우고 집중해서 듣습니다. 반주가 너무 낮아서 잘 안 들린다면 1옥타브=12키를 올린 다음 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MR이 있다면 반주는 MR에서 따면 더 편합니다. 반주는 원래 곡의 반주를 정확히 옮기면 좋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코드만 잘 따면 반주를 재해석해서 새로 만들어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가사가 있는 노래의 경우 멜로디 자체는 같아도 음절 수 때문에 1절과 2절이 서로 다른 박자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1절과 2절이 서로 다른 박자임을 인지하고 이를 곡에서 살릴 것인지, 아니면 변경되는 박자가 가사의 음절 수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동일한 멜로디로 만들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원곡을 아는 사람은 전자가 익숙하겠지만, 후자가 곡을 외우기 더 쉽습니다. 또한 메인 멜로디가 따로 있는데 음절 수 때문에 억지로 박자를 쪼개며 따라가는 것이 명확하게 느껴진다면 굳이 가사의 박자에 맞추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메인 멜로디에만 맞게 따도 좋습니다.

곡 중간에 조옮김이 있는 곡들이 많은데, 칼림바는 조옮김을 성공적으로 소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악기입니다. 보통은 조옮김이 정확히 몇 키 달라지는지가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일반적으로는 무시합니다. 조옮김을 굳이 살리고 싶다면 반음만 올려야 하는 것을 일부러 한 온음 올리는 등 반음이 적게 생겨나도록 수정해 주는 것이 필수입니다. 조옮김을 하면 반음이 매우 많이 생겨나고, 반음이 적게 생겨나도록 어떻게 조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예 새로운 곡을 외우듯 완전히 새로 연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곡의 일부분이 칼림바로는 도저히 옮길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드럼 위주로 진행되는 간주라든가 일렉기타 솔로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시간의 바깥 - 아이유처럼 뜬금없이 곡 도중에 장르가 바뀌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든 그 부분을 멜로디 따고 편곡해서 넣을 수도 있지만 그냥 맘편히 잘라내고 앞뒤를 적당히 꼬매 붙이거나 아예 창작해서 대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채보가 다 끝나면 원곡과 동시에 재생하여 채보가 잘못된 부분이 있지 않는지 반복하여 확인합니다.

채보가 끝나면, 성공적으로 편곡이 가능할지를 가늠해 봅니다. 예를 들어 사용하는 음 범위가 넓어서 더이상 조정이 불가능한데 주 멜로디가 6C에서 6E 정도의 높은 음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 칼림바로 연주하더라도 예쁘게 나오기 어렵습니다. 혹은 반음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악기가 비슷한 중요도로 어우러져 반주를 구성하는 경우 모든 악기를 살리는 건 불가능하고, 일부 악기만 살리면 어색해지고, 다 죽이면 메인 멜로디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하는 퀄리티가 나올 것 같지 않으면 여기에서 걸러집니다.





3. 반주 만들기



곡을 편곡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반주를 원곡과 똑같이 만들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기 때문에 취향을 듬뿍 넣어서 만들도록 합시다. 코드만 맞는다면 원곡의 방식을 꼭 따라갈 필요도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코드조차 조금 달라도 됩니다. 느낌은 조금 달라지겠지만요. 물론 반주가 메인 멜로디만큼 강한 곡이라면 최대한 원곡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원곡의 느낌을 따라가기에 좋겠죠.

반주를 만들기에 앞서, 반복이 많은 곡의 경우 숏버전으로 만듭니다. 가령 예를 들어 많은 곡이 1절 + 2절 + 아웃트로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경우 1절과 2절은 매우 비슷하므로 2절을 쳐내고 1절 + 아웃트로 식으로 구성합니다. 곡이 짧아지면 그만큼 한번에 치기 쉬워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처럼 영상을 남기고 싶다면 곡이 짧은 게 한 번에 실수 없이 치기 쉽죠. 다만 여러 장치나 변주가 등장하여 반복되는 멜로디가 있더라도 곡이 충분히 다채롭거나 숏버전으로 만들기 애매한 경우에는 그냥 풀버전으로 합니다.

반주를 만들 때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영감을 따라가는 것입니다만, 딱히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이렇게 하면 됩니다. 먼저 코드를 잡습니다. 코드라는 건 C major, 다장조 뭐 이런 거 말하는 건데, 정확한 코드의 이름은 몰라도 되고 대충 그 부분의 반주로 넣어졌을 때 어울리는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 2-4개의 음을 찾으면 그게 바로 그 부분의 코드입니다. 예를 들자면 도미솔, 파라도, 도미솔시, 미솔#시 이런 겁니다. 음의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모든 코드에는 그 코드의 느낌을 주는 가장 중요한 음이 1개 있는데, 한 음씩 반주에 넣어 보면 압니다. 코드의 모든 음이 반주에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그 가장 중요한 음 하나는 반드시 반주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일단 한번 연주된 코드는 새로운 코드의 반주가 연주되기 전까지는 지속되는 성질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비트를 잡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강조하고 싶은 박자에다가 비트를 주고 몇 비트를 덧붙이면 됩니다. 원곡의 비트가 특색있거나 마음에 들면 그 비트를 그대로 가져다 써도 되고, 아니면 원하는 대로 변형해도 좋습니다. 정박만 쳐도 되고, 엇박을 섞어도 되고, 박자를 당겨 쓰거나 셋잇단음표를 넣을 수도 있겠죠.

가장 간단한 비트는 매 코드의 시작 지점마다 1번씩 넣어 주는 것입니다. 2분음표 간격이나 4분음표 간격으로 계속 비트를 주는 것도 무난하게 사용하기 좋습니다. 다만 이런 무난한 비트를 곡 전체에 도배하면 음악이 단조로워질 수 있으니 구간마다 변형해 주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비트가 들어가는 박자마다 코드에 들어가는 음을 적당히 골라 넣으면 반주가 완성됩니다. 가령 4분음표 간격으로 비트가 계속 들어오는 곡이라면 4분음표마다 코드의 가장 중요한 음을 반복해서 깔아 주는 식이죠. 한 마디 안에서 코드가 바뀌는 경우, 코드가 바뀌는 순간 음을 더 넣어서 꺾어 줍니다.

반주를 만들다 보면 메인 멜로디가 너무 낮거나 반주가 점점 올라가는 바람에 메인 멜로디를 추월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반주는 메인 멜로디보다 높으면 안 됩니다. 만약 반주가 메인 멜로디보다 높아진다면 그냥 잘라내서 없애 버리세요. 그게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코드의 다른 음 중에서 메인 멜로디보다 낮은 음을 골라서 대체하면 됩니다. 반주가 연주될 박자에 메인 멜로디가 딱 그 음을 연주하고 있는 경우 반주의 음과 메인 멜로디의 음이 정확히 겹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에도 해당 코드의 다른 음을 연주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게 어색한 경우 두 음이 겹친다고 치고 반주를 빼 버립니다.

간주인데 필요 이상으로 음이 많으면 반주에서 덜 중요한 음을 빼고, 점점 강해지는 분위기를 내고 싶으면 쭉 올라가는 반주를 넣는다든가 등등 마음껏 편곡합시다. 곡의 다른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부분에는 반주를 없애거나 최소한만 넣는 등, 곡의 호흡과 흐름에 맞춰서 반주를 넣어 주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메인 멜로디가 온음표 정도 길이를 연주하며 멈춰 있는데 소리가 빈다고 생각하면 코드에 맞게 반주를 넣어서 음이 비지 않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이 경우에는 반주가 메인 멜로디의 음 영역을 넘어서 더 높이 올라가는 것도 허용합니다. 물론 느리고 여유로운 느낌으로 편곡하고 싶다면 오히려 필요한 음만 연주하고 여백을 많이 두어 고요하게 놔두는 것이 더 좋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코드에 반음이 포함되어 있으면 반음 칼림바를 쓰는 게 아닌 한 강제로 바꿔야 하는데, 그냥 그 반음이 있는 음을 빼버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메인 멜로디가 아닌 반주에서 음 하나가 빠지는 것은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불가피하거나 느낌을 조금 바꿔서 편곡하고 싶다면 #, b만 떼어 코드를 바꿉니다.





4. 칼림바에서 연주하기 적절하도록 편곡하기



이 단계까지는 아직 칼림바 실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단계는 물리적으로 칼림바에서 연주할 수 있는 악보인가를 확인하는 작업이며, 주로 봐야 하는 것은 음역대를 벗어나는 음, 불가능한 화음(아르페지오나 손이동) 여부입니다.

웬만하면 멜로디가 음역대 안에 다 들어오는 곡을 골랐을 것이므로 메인 멜로디에 손을 댈 일은 많이 없습니다. 반주도 직접 만들었다면 웬만하면 음역대 안에 있는 음들로만 만들었겠지만, 원곡의 반주를 최대한 살리려고 애썼다면 반주가 음역대를 아래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그런 음들을 한 옥타브 올려 줍니다. 만약 메인 멜로디가 너무 낮아서 한 옥타브를 올리면 메인 멜로디를 넘어간다면 코드에 있는 다른 음으로 대체하거나 뺍니다. 이렇게 수정하고 나서 다시 들어봤을 때, 반주가 어색하다 싶으면 비트만 그대로 두고 반주에 들어가는 음들을 코드의 다른 음으로 싹 교체해 주면 됩니다.

다음으로 칼림바의 한쪽에서만 2개의 음이 연주되는 화음을 찾습니다. 한쪽에서만 2개의 건반을 튕겨야 하는 경우, 3도(도미 간격) 화음이라면 연속한 건반이므로 그냥 같이 튕기면 되지만 5도(도솔 간격), 7도(도시 간격), 9도(4옥 도-5옥 레 간격)화음은 연속하지 않은 건반이라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두 가지 해결책이 있는데 첫째는 아르페지오고 둘째는 손이동입니다. 아르페지오는 그 두 음 사이에 있는 음을 전부 같이 연주한다 치고 아래에서 위로 긁는 것이고, 손이동은 반대쪽 엄지가 날아와서 낮은 음의 건반을 튕겨서 연주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손이동은 난이도가 높고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아르페지오가 많이 쓰이게 됩니다. 5도 화음의 경우 웬만해서는 뇌를 비우고 아르페지오로 처리해도 됩니다. 7도 화음도 아르페지오로 처리하는 것이 괜찮을 때가 많습니다. 9도 화음이 아르페지오를 시도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보면 됩니다. 높은 음과 낮은 음 사이 간격이 너무 많이 벌어지게 되면 아르페지오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음이 많아지기 때문에 손이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확하게 연주하기도 어려워지고, 음이 많아서 소리도 너무 커지고, 코드에도 안 맞을 수 있어집니다.

9도 화음까지는 아르페지오로 처리해도 괜찮은 경우가 있습니다만, 11도 화음부터는 아르페지오로 연주하긴 너무 멉니다. 11도 이상의 화음은 손이동으로 처리하거나, 낮은 음을 한 옥타브 올립니다. 낮은 음을 한 옥타브 올리면 좌우가 바뀌어서 양손이 음을 1개씩 담당할 수 있게 됩니다. 9도 화음도 손이동과 아르페지오가 둘 다 마음에 안 들면 낮은 음을 한 옥타브 올려도 됩니다.

단순히 5도 화음만 있는 경우가 아니라, 5도 화음 플러스 음이 하나 붙어 있는 경우에도 빠른 아르페지오를 넣어서 연주했을 때 어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미시 → 레미솔시, 도파솔 → 도미파솔, 레라시 → 레솔라시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일단 해 보고 괜찮으면 그냥 하면 됩니다.

아르페지오를 넣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반음이 들어가는 코드가 그렇습니다. 자주 나타나는 예로, 4옥 미시 5도 화음의 경우 미솔시 아르페지오로 연주하고 싶지만 가끔 그 순간의 코드가 미솔#시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왼손 손이동을 감수하고 미시 그대로 놔둡니다. 만약 반음 칼림바를 쓰고 있다면 솔#시로 편곡할 수도 있습니다. 반음에 대한 더 자세한 것은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글에서 서술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반주가 연주하기 애매한 경우에는 코드에 있는 다른 음을 대신 넣어서 해결합니다.

손이동은 원하는 음만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반대쪽 손이 날아와야 해서 반대쪽 손이 직전에 다른 음을 연주했다면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와서 건반을 튕기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아래쪽 음이 너무 높으면 안 됩니다. 가장 아래에 있는 4C, 4D 정도는 손이동으로 도와주기가 쉽지만 올라갈수록 점점 어려워집니다. 4G, 4A 정도가 한계입니다.

아르페지오로도 손이동으로도 처리가 애매한 경우가 드물게 있는데, 그럴 때는 반주의 비트나 메인 멜로디의 음표를 반 박자 정도 앞이나 뒤로 옮겨서 음표 2개로 나눠 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한 순간적으로 빠른 손속도가 필요한 연타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꼭 연타가 아니더라도, 가령 16분음표 간격으로 라, 도, 라, 도가 있는 경우 한 손으로 4개를 연속적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습니다. 편곡에 성공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 한 부분 때문에 곡 전체의 속도가 느려져야 합니다. 연타가 아니라 한쪽의 음표만 많이 나오는 경우라면 다른 손이 와서 도와주는 것도 드물게 가능은 하지만 추천하지 않습니다. 아예 순수하게 연타가 너무 빡센 경우는 적당히 음표 몇 개를 생략하고 8분음표로 바꿔 버려도 됩니다.





5. 실제로 칼림바로 연주하면서 편곡하기



가장 오래 걸리는 과정입니다. 칼림바를 들고 실제로 연주해 봅니다. 단순히 한 번 연주해 보는 게 아니라, 수십수백 번 이상 연주해 보면서 악보를 암기하는 동시에, 이렇게 연주하면 더 좋겠다 같은 부분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칼림바는 매우 섬세하게 연주해야 하는 악기라서 시선을 악보에 두고 연주하면 실수하기 너무 쉽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해서 연주하는 것이 낫습니다.

열심히 편곡을 했어도 음색이나 듀레이션, 주법 차이 같은 게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재생해 봤을 때는 괜찮았지만 실제로 연주해 보니 별로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손이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연주해 보니 왠지 실수가 자주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르페지오로 처리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르페지오로 이으면서 추가된 음이 코드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르페지오로 처리하기에 너무 음이 많아 소리가 커서 수정하는 경우도 있고, 반주의 높낮이의 흐름이 마음에 안 들어서 코드의 다른 음으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박자가 왠지 손에 잘 안 익어서 바꾸고 싶을 수도 있죠.

원래 알던 곡이 아니라서 잘 외워지지 않는다면 변주된 부분을 좀 줄이기도 하고, 더 좋은 반주가 떠오르면 반주를 교체하기도 합니다. 연타가 많거나 손 속도가 부족하다면 곡 전체의 속도를 낮추거나 수정해서 손이 덜 바쁘게 만듭니다. 아니면 그냥 연습을 계속해서 어떻게든 해내도 좋습니다. 실력이 된다면 이 부분은 살살 연주하고 저 부분은 강하게 연주하는 식으로 소리 크기를 조절한다든가, 이 아르페지오는 빠르게 하고 저 아르페지오는 느리게 하고, 느린 아르페지오의 첫 음을 박자에 맞출 것인지 마지막 음을 박자에 맞출 것인지 등 실제로 치면서 조절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제 경우에는 실제로 연주를 해보면 음감이 지 혼자 작동해서 손이 알아서 움직이는 경우도 있고, 여기는 이런 반주가 들어가야지 하면서 원래 만들어둔 악보와 다른 반주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보통 영감을 따라 악보를 수정합니다. 보통 그게 더 자연스럽거든요. 이제 곡을 암기하고, 곡을 수백 번 정도 연주해 보면서 계속해서 손에 맞도록 고쳐나갑니다.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자연스러운 악보를 그리는 것이 만들어둔 악보를 억지로 외우는 것보다 낫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원곡을 듣지 마세요. 반주를 만들면서 충분히 원곡과 비교해서 고칠 부분은 다 고쳤을 테니, 잘못 옮긴 부분은 없을 겁니다. 원곡을 거의 까먹을 정도로 연습을 충분히 많이 하다 보면 자신만의 작은 악상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진행하면 더 좋겠는데? 혹은 이런 코드를 쓰면 더 좋겠는데? 처럼요. 그런 경우에도 자유롭게 편곡해서 바꾸면 됩니다.





1. 칼림바 기본 지식
2. 칼림바 주법
3. 칼림바를 위한 편곡법
4. 편곡 예시: 오리날다





이충명,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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